두려움, 조급함
근래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주제중 하나는 "내가 개발자로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면 늘 혼란스럽고, 두렵고, 조급해진다.
2023년 말쯤에 친구들에게 2년 내에 개발자 채용이 없어질거 같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다. 친구들은 잘 안믿는 눈치였지만, 나는 진지하게 이런 믿음을 갖고 있다. 적어도 주니어 개발자 채용은 올해중으로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믿는다. 모델 성능은 더욱 빠르게 좋아질 것이고, 코딩은 AI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문제에 속하며, AI가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툴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한지 일년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 사이 작년 한해에만 Claude 3 Opus 가 나왔고, GPT-4o가 나왔고, 3.5 Sonnet, O1, Gemini 2.0, O3 등이 나오며 AI 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단순히 더 똑똑해진 것 외에도, 멀티모달과 웹서치, reasoning 등의 능력이 추가되며 쓰임새도 더 많아졌다. GPT-4 이후 발전이 더뎌진거 아닌가 했던 우려는 다행히 기우에 그쳤다.
코딩 관련 툴 또한 크게 좋아졌다. 웹 프론트엔드 UI를 디자인하고 개발해주는 서비스인 V0은 실제 서비스에 전혀 못쓸만한 수준에서 당장 우리팀 디자이너 역할을 해줄 수준까지 좋아졌고 코드에디터인 Cursor는 지시에 따라 여러 파일을 스스로 오가며 이제 왠만한 작업은 Cursor의 Agent에 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정도이다. 요즘은 이런걸 Vibe Coding 이라고 부르더라.
솔직히 지금은 즐겁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어떤 제품이든 아주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팀도 AI를 잘 쓰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AI가 코딩을 하고, 콘솔 로그를 보고, 버그를 수정하는 과정을 보면서, 얘가 조금만 더 똑똑해지면 진짜로 내가 코딩을 아얘 안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두렵고 조급하다. AI가 프로그래머를 완전히 대체하기 전에, 내가 개발자로서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을때 좋은 제품 만들어서 많이 벌어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직업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데, 적어도 AI가 능동적으로 사업을 굴리기까지는 제도적인 문제로 조금 더 시간이 있을 듯 하니 AI가 개발한 제품을 바탕으로 사업을 굴리는 능력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막연한 생각이 든다.
세가지 시나리오
- AI의 발전이 지금 수준에서 정체된다
- 이럴때는 그냥 코딩을 즐기면서 좋은 제품 많이 만들면 된다
- AI가 발전하여 개발자가 대체된다
- AI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사업을 한다
- AI가 능동적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 이쯤 되면 지식노동자는 대부분 괴롭거나 아얘 다른 제도 속에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