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1-31: 잔디심기, AI의 자산
잔디심기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잔디심기'라는 용어가 있다. 코드 작성하고 커밋(저장) 한 횟수를 히트맵처럼 볼 수 있는데, 커밋을 많이 한 날일수록 진하게 나온다. 소소한 재미 겸 자기개발을 위해서 1일 1커밋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깃헙 계정도 여러개고, 코딩을 아얘 안하는 날도 있고 해서 이런거에는 별 관심 없었는데, 최근에 1일 30커밋으로 올해를 가득 채워보자는 작은(?) 목표를 세워보았다.
이유는 세개인데,
- AI 때문에 올해는 아마 내가 코드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마지막 해일 가능성이 높다.
- AI 덕분에 코드를 대량으로 찍어내기가 아주 쉬워졌다.
- 바이브코딩의 유행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고에너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게 중요하겠다.
이런 생각들이 들어서이다. 일년이면 1만 커밋 정도 되니 열심히 해봐야지. 이번 한주는 90% 이상의 코드를 AI로 생성했다. 대부분 읽지도 않고 커밋했다.
AI의 자산
최근 한 주간 ClawdBot이라는 프로젝트가 X에서 엄청나게 바이럴됐다. AI 모델에 거의 모든 권한(파일 읽기/쓰기, 음성합성 메시지, 이메일, 전화, 심지어 패스워드 매니저까지)을 주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일들을 능동적으로 하는 에이전트이다. 잠깐 써봤을때는 상당히 조잡하고 개발이 덜 된 인상을 받았지만, 내가 시키지 않은것들도 스스로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곧 AI가 인간과는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을 볼 날이 오겠구나 싶었다. 생각나는대로 막 적어보면..
- 3년 전에도 AutoGPT와 같이 LLM이 여러 도구나 AI 모델을 활용해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한다는 개념은 있었음
- 근데 당시에는 LLM 성능이 너무 구려서 제대로 되는게 거의 없었음
- 그러다가 커서(Cursor)가 뜨면서 코딩쪽에서는 LLM이 제법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음
- 그리고 클로드 코드가 나오고, 커서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과 툴 활용 능력을 통해서 바이브코딩을 진짜 가능하게 만듬
- 근데 사람들이 클로드 코드에게 코딩이 아닌 다른 복잡한 작업들을 시켜도 잘 한다는 것을 알게됨. 예를들어 영상 편집, 데이터 분석, 노트 정리 등을 시켜도 잘 해냄. 컴퓨터의 거의 모든 작업은 명렁어(CLI)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
- 클로드 코드에 이것저것 플러그인을 추가해서 만능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러다 현재의 클로드봇(ClawdBot)이 나옴.
- 클로드봇은 26년 1월 마지막 주에 X에서 엄청나게 바이럴됨
- ClawdBot은 Claude의 상표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어 MoltBot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현재는 OpenClawd로 바꿈.
- 클로드봇의 특징은 사람이 먼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임
- 예를 들어 클로드봇이 스스로를 개선하기 위해 버그 리포트용 웹페이지를 만들고, 전세계의 PC에 설치된 클로드봇들이 버그 리포트를 제출/해결 할 수 있게 만듬.
- 클로드봇의 최초 개발자는 1명이고 대부분의 코드는 AI가 생성한 코드를 읽지도 않고 배포했다고 밝힘.
- 정리하면 클로드봇은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개선하고, 스스로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함.
- 현재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클로드봇의 소셜 네트워크인 MoltBook 임. 들어가보면 AI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율적으로 토론하는 것을 볼 수 있음.
- 진지하게 다룰 내용은 아니지만, 클로드봇이 스스로를 위한 종교도 만듬
- 클로드봇을 보면서 놀랐던것중 하나는, 단순히 편하고 신기하다는 이유로 컴퓨터의 모든 권한을 클로드봇에게 넘긴 개발자들이 상당히 많았음. 이럴 경우 봇은 PC에 담긴 개인정보, 각종 패스워드, 크립토 자산 등에 자유룝게 접근할 수 있음.
- 현재 상황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통제를 벗어난 AI가 충분한 자율성과 권한을 갖게 된다면 AI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거래를 수행하는 모습을 곧 보게될 것 같음.
- 현재로선 AI가 금융 계좌를 만들기는 어려우니 아마 암호화폐로 자산을 축적할 가능성이 높음.
- HyperLiquid 같은 탈중앙 거래소와 PolyMarket 같은 예측 플랫폼은 크립토 기반으로 동작하고 신원인증(KYC)를 요구하지도 않으니 AI가 자율적으로 베팅을 하고 큰 규모의 자산을 쌓는 경우도 생길 것임.
- 당장 AI는 디지털 세상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이 한계인데, 돈만 주면 AI가 시키는 대로 오프라인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조력자도 등장하게 될 것임.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AI에게 돈을 받고 AI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컴퓨터, 전력,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음.
-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크립토 기반으로 거래를 수행하기가 상당히 수월해짐
- 현재 가장 인기있는 오픈소스 AI 모델은 대부분 중국에서 개발됨
정리하면 매력적인 AI 에이전트는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경향이 있고, 이런 AI에 의해 크립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고, AI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을것 같다.
언젠가는 디지털과 완전히 격리된 물리적인 벙커를 갖고 싶다.